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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다이어리/주류관련 행사

대한민국 주류대상으로 알아보는 2025 우리술 트렌드

by 잇토리 2025. 3. 31.
학여울역 SETEC에서 열린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

조선비즈가 주최한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 박람회가 지난 3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습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이번 대한민국주류대상은 국내 주류 트렌드의 현주소와 향후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올해는 236개 업체가 총 1,008개 브랜드가 출품했고, 이 중 431개 브랜드가 대상을 받았습니다. 또, 대상작 중 25개의 주종별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브랜드는 최고상에 해당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Best of Best) 2025’로 선정되었습니다. 

김포 팔팔양조장

소주·사케·우리술·한국와인·맥주·위스키·스피릿·백주·와인 등 부문별 25개 부문 중 특히 '우리술 부문'에서는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 감각을 반영한 수상작들이 다수 등장해, 업계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2025 대한민국주류대상을 통해 올해 우리술 주요 트렌드와 함께, 대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시음 후기 및 브랜드 전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조선비즈 주류대상, 무엇이 달랐나?


2025년 조선비즈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올해부터 일반 심사형태가 아닌 ‘체험형 박람회’로 탈바꿈했습니다. 각 브랜드 부스는 물론, 시음과 상담, 판매 부스까지 고루 갖춰져 탁주, 비탁주, 증류주, 과실주 등을 한자리에서 비교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브랜드별 특성과 차이점이 부각되기도 했습니다.

안동 맹개마을의 진맥소주 부스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마치 ‘우리술 축제’에 온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고, 덕분에 주류업계 내부 행사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개방형 축제’로 인식이 확장되었습니다.

문경 오미나라의 프리미엄 증류주 <고운달 오크>

이번 박람회는 올해 첫 주류 박람회로써, 시장 반응 실측의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몇 신생 브랜드는 시음 반응을 통해 제품 개선점을 파악하거나 유통 계약의 기회를 얻게 되기도 했습니다. 조선비즈 주류대상은 더 이상 ‘상 주는 자리’가 아니라, ‘브랜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리밋브루어리의 <림>, <해>

2025 우리술 시장의 키워드 3가지

2025년의 우리술 시장은 ‘전통’이라는 이미지에 기대기보다는, 이제는 우리술이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어떤 맥락 속에 놓이는가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바로 프리미엄화저도주화, 그리고 감성 스토리텔링입니다.

강원도 양양 양지백주

첫 번째 키워드는 프리미엄화입니다. 이는 고가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주 시장 안에서 프리미엄 전통주라는 하나의 카테고리가 새롭게 정착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프리미엄 전통주는 원재료의 품질, 발효 및 숙성 방식,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까지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고급 소비 경험으로 구성됩니다. 특히 증류주와 과실주를 중심으로, 전통주가 단순히 ‘일상 반주’에서 벗어나 취향과 분위기를 즐기는 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술 시장 내에서의 제품 세분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나주배로 만든 페어리플레이의 <이제>

두 번째는 저도주화입니다. 최근 음주 문화는 점점 더 ‘가볍고 다양하게 즐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10도 이하의 술, 특히 스파클링 제품이나 라이트한 탁주는 마시기 편하고,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도수가 낮아서가 아니라, 술을 하나의 취향 콘텐츠로 소비하는 경향과 맞물려 나타나는 변화입니다. 혼자 마시는 술, 디저트와 함께 곁들이는 술, 혹은 식전주처럼 술의 역할이 다양해지는 가운데, 이러한 제품군은 젊은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실험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저도주의 좋은 예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주 추연당의 <여강50>

세 번째는 감성 스토리텔링입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술의 맛과 향만을 보고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철학과 이야기로 술을 빚었는지가 그 술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전통주는 본래 지역성과 역사성을 품은 술이기 때문에, 제품의 유래나 양조장의 배경, 사용하는 원재료의 의미까지 모두 브랜드 자산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성적인 연결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고 재구매로 이어지는 핵심 요소가 됩니다. 소비자는 그 술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종별 Best of Best 수상작 리뷰 (탁주/비탁주/증류주/한국와인)

탁주 부문  – 범표주조 <범표 생막걸리>

범표생막걸리

https://www.instagram.com/beompyo_brewery_0fficial?igsh=MWZmd3M0MjBuMmkwYg==
경기도 이천 출신의 양조자들이 의기투합해 2022년 출범한 범표주조의 <범표 생막걸리>는 이천쌀로 만들어 3회 이상 필터링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쌀 향과 은은한 산미가 특징입니다.
 
비탁주 부문  – 송도향유한회사 <오마이갓 스파클링 봄꽃>

오마이갓 스파클링 봄꽃

https://www.instagram.com/samyangchoon?igsh=MWswdGcwY2Rua2p5bw==
<삼양춘>을 만드는 송도향유한회사와, 흑백요리사에 백수저 셰프로 출연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에빗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함께 만든<오마이갓 스파클링 봄꽃>은 봄철에 채취한 목련 꽃잎으로 만든 술에 탄산이 더해진 스파클링 약주로, 풍성한 열대과일의 과실 향과 은은한 목련 꽃 향이 훌륭합니다. 라벨의 갓 그림은 조솁 셰프가 직접 그렸다고 하네요.

 
증류주 부문  – 비전레드 <오크 스피릿>

오크 스피릿

https://www.instagram.com/dancingcider?igsh=cWJhb3p4ZDlzaTBx
비전레드의 <오크 스피릿>은 국내산 사과를 증류해 오크 숙성을 한 애플 브랜디로, 묵직한 바디감과 깔끔한 끝맛이 특징입니다. 니트로 즐기는 것도 좋지만 온더락 스타일로 즐기거나 하이볼 형태로 마시면 사과의 상큼함과 청량한 탄산감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과실의 상큼함과 한국 전통주와 현대적인 감각을 융합한 칼바도스 스타일의 증류주라 평가받고 있습니다. 

한국와인 부문 – 오드린농업회사 <월령봉>

월류봉 와인

https://www.instagram.com/eaudelune1974?igsh=MWd5d3pia2Jua2p3cA==
1974년 충북 영동읍에서 포도재배를 시작해 현재까지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오드린 농업회사의 <월류봉>와인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고품질 포도를 이용해 만들어 집니다. 달조차 매료되어 머물다 간다는 영동 황간지역의 '월류봉'에서 이름을 따 지었다고 하네요. 넘버원보다 온리원(Only One)의 특별한 제품으로 남고싶다는 오드린 와이너리의 다음 와인이 궁금해집니다. 
 

업계 시선으로 본 브랜드 전략

전통주 소믈리에의 입장에서 보면, 이번 주류대상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각 브랜드의 정확한 포지셔닝 전략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양조장들은 제품 출시를 목표에 두는 것 뿐만 아니라, 명확한 타겟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제품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서막 막걸리 아이스크림

예를 들어 우리서막은 <우리막걸리>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신선한 시도를 했고, 감각적인 브랜드로 평가받는 <내외>의 증류주는 SNS 감성에 최적화된 디자인을 통해 MZ세대 공략에 성공했고, 국내 내노라 하는 칵테일바에서 종종 기주로 등장하는 <코리진(KORI GIN)>은 국내 진(GIN)시장을 잇는 틈새 포지셔닝으로 프리미엄 수요를 끌어들였습니다.  

해외 주류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한 이력이 있는 코리진


술을 마신다는 것, 이야기를 마신다는 것

2025 대한민국 주류대상은 우리술의 수준과 방향성을 여실히 보여준 행사였습니다. 다양한 수상작을 통해 전통주가 어떻게 현대화되고 있는지, 브랜드들이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프리미엄화, 감성 스토리텔링, 저도주 선호 등은 앞으로도 유효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 예상해봅니다.

우리술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다음 박람회에 직접 방문해보는 것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마셔보고, 향을 느끼며, 브랜드 이야기를 듣는 경험은 또다른 가치를 만나게 해줄테니까요. 다음 주류 박람회에서는 또 어떤 흥미로운 제품들을 마주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박람회 현장의 분위기가 관람객 반응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share/reel/_bKgSI-b3